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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ay5

E.T도 스마트폰에 중독됐던걸까? 난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영화 E.T에서 외계인의 모습은 팔, 다리는 가늘고 머리가 크고 배만 볼록 튀어나왔다. 그 당시에는 왜 외계인을 저렇게 생기게 묘사했을까 싶었는데, 요즘에는 스필버그 감독의 혜안(?)이 엄청났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외계인은 인간보다 훨씬 과학기술이 발달한 존재로 그려지는데, 30년 뒤의 지금 우리 모습이 딱 그 모습이다. 모든 세상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 움직일 이유들이 점점 줄어들고,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니 멍 때릴 시간도 없는 요즘이다. 인스타 릴스나 유튜브로 누워서 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움직이지 않고 뇌는 끊임없는 자극을 받으니 배가 나오고 머리는 커질 수밖에.... 유현준 건축가가 이런.. 2023. 12. 16.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다가 갈수록 취향과 입맛이 뚜렷해지면서 TV 프로그램도 진득하게 보는 일도 드물어졌다. 그래도 날 무장해제 시키는 몇몇의 작품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잔잔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로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나 나에게 재밌게 다가오는 요소는 타향살이를 하는 이들에게 고향이 주는 의미다. 극 중 인물들도 그렇고 나 역시도 내가 살고 있던 고향은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 이었다. 지긋지긋했고, 촌스럽다고 생각했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서울로 가야 하는 일종의 당위성 비슷한 게 내 10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20대가 되서돼서 처음에 상경했을 때 서울이라는 공간은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현재'만 있었다. 후회스러운 과거와 불안한 미래에서 벗어나 새로운 .. 2023. 12. 9.
겁쟁이 어른이 가장 용감했을 때가 언제였더라 요 며칠 동갑내기 친구와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른이 되면 더 용감해지고 실패에 의연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도망가고 싶어지고 안일함의 그늘에 숨고 싶어 진다. 그러던 중 그럼 내 인생에서 가장 용감했던 때는 언제일까 생각해 봤는데, 그때는 바로 두 발 자전거를 타던 순간이었다. 누구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지나야 하는 통과 의례가 보조바퀴를 달았다가 떼는 과정일 것이다. 8살 무렵 나는 보조바퀴를 달그락 거리면서 집 아파트 단지를 누비던 중 동갑내기 친구가 21단 기어에 자기 다리 길이보다 훨씬 높힌 안장에 앉아 2발 자전거를 쌩쌩 타고 다니는 걸 보고 뭔가 모를 열망이 꿈틀거렸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아서 타기 힘들기 때문에 그 친구는 인도 보도 블록의 턱에 항상 .. 2023. 12. 2.
잠이 점점 무거워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들과 이야기 주제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잠'이다. 어렸을 때는 잠을 못 자는 친구들은 드물었다. 오히려 너무 자서 학교에 지각을 하거나 낮잠을 잠깐 자려했는데 다음날 떠오르는 태양에 일어나게 되었다는 일화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냥 머리만 대면 오는 게 잠이었다. 하루종일도 잘 수 있었다. 나는 현관문의 잠금장치까지 야무지게 하고 낮잠을 열렬히 자다가 저녁이 되어 가족들이 귀가하는 시간까지 자게 되었고 부모님이 초인종을 한참을 눌렀지만 그것도 듣지 못한 채 자버렸다. 걱정되신 부모님은 결국 119에 전화하셨고 구급대 아저씨가 위층에서 로프를 타고 우리 집 베란다로 들어와 가족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던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다. (그때부터 엄마는 나에게 멍청이잠잔다고.. 2023. 11. 25.
윤종신 '기분'을 듣다가 문뜩 든 생각 학창 시절 새로운 학년의 1학기가 개학하고 첫 수업이 시작되면 한껏 무게를 잡은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한 손에는 당구채를 잘라 만든 매를, 다른 한 손에는 담당 과목 교과서와 가지각색의 분필을 들고 교실에 입장하셨다. 그리고 말없이 초록 칠판에 거침없이 판서를 하셨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운명이 된다.' 운명까지 거론하는게 지금 좀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참 좋은 어구다라고 느꼈다.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그럼 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하고 아주 짧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서야 시티팝의 아버지 윤종신 노래 '생각'을 듣다가 우연히 답을 얻었다. 노래 가사 중에 '기분을 모으면 생각이 되는걸'이라는 구절이 나에게 쓰.. 2023. 11. 18.